이달의 초대 詩

열한 번째 달의 열한 날

하인근

달력 한편,

빼빼로 그림자에 가려진

키 작은 글씨 하나―

농업인의 날

 

노란 복수초, 봄을 뜸 들이듯

둥근 호박, 가을을 샛노랗게 익혀간다.

 

아버지의 손끝이 그 위로 닿을 때,

덩굴은 미세한 숨결로 응답한다.

 

하얀 서리 깃든 새벽 밭두렁을 밟는 트랙터의

거친 숨결,

늙은 아버지의 노래다.

그 떨림은 흙의 맥박을 닮아

땅속으로 번진다.

 

하루가 조금씩 깨어나고

호박이 해처럼 웃을 때,

 

아버지의 굽은 등을

조심스레 다시 세운다.

 

하인근

『한국미소문학』 시 등단(2021).

한국미소문학 사무총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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