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유산

2011.04.18 15:00

淨世 최 관 호

▲미양초등학교 교장

  시인·수필가 최관호

부끄러운 유산

얼어붙었던 여유餘裕를 녹이는

상큼한 오이 향 머금은 봄바람이

계곡 낚시터를 찾게 했다

 

삭아서 주저앉은 물풀

거치적거림 없는 잔잔한 수면에

미끼 끼워 낚시 드리우고

아직은 쌀쌀한 바람에 맞선 시선

 

무성의 찌 솟음에 잽싼 챔질

당겨진 줄 끝에 묵직한 손맛의 기대에

마음 부푼다.

 

입질 뜸한 사이 몸 뒤스르다

무심코 둘러 본 기막힌 모습들

빈병에 비닐봉지, 소복이 모여 있는

담배꽁초

어디한곳 빈틈없이 널브러진 쓰레기

지난해 무성한 습생잡초 사이에

숨겨놓은 양심

후세에 물려 줄 땅이라면

부끄러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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