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2014.05.09 14:37

더 좋은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시인 임충빈(안성문인협회 고문)

 

봄꽃들이 만화방창하던 416일 오전

거친 물살 몰아치는 차디찬 맹골수로(孟骨水路)

못다 핀 여리디여린 봉오리들은 잠기면서도

손전화로 최초 신고하고 아기를 밀어 올려 살렸다

선생은 자기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입히고

님들은 살신성인, 이름만 남기고 물에 잠겼으니

안타깝지만 장하다, 그 뜻 오래도록 새겨 기억할게

 

하늘마저 울고 바다는 기도에 놀라 잠잠한데

갇힌 학생 못 찾고 가라앉는 배를 바라만 보고

늑장대응 무능력 무사안일로 꾸물대는 대처에

슬픔 분노 불안 고통 우울 답답하고 화만 치밀어

목 메고 가슴 미어져 황폐한 마음 견딜 수 없다

 

이제 모두가 서로서로 보듬고 다독이며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열심히 일하자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 그대들이 남긴 절규를

꼭 잊지 말아야 할 것, 어른의 무책임을...

 

내 한 몸과 같은 어린 고등학생의 미소

모두 부모 마음이요, 나의 아들딸이다

부디

부처님께서 설파하신 자비의 세상에 잠드소서

편안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연꽃처럼 사소서.

 

-안성불교사암연합회 세월호사고 실종자 무사귀환발원 법요·추도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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