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고향(안성)가는 길

공석하

 고향을 생각하면 언제나 행복하다. 경부선 안성 인터체인지나 중부선 일죽 인터체인지에 버스가 들어서기만 해도 공기는 더욱 따듯해지고 주위 풍경은 더욱 정다워진다. 아니 고향에 간다는 생각만 해도 그냥 즐겁다. 그만큼 고향은 내 몸이며 영혼을 찾는 길이다. 어린 시절 노닐던 청룡산 계곡의 골짜기, 중고교 시절 놀던 비봉산의 계곡, 그리고 안성천에서 친구들과 고기잡이하던 추억, 무엇하나 즐거움이 아닌 것이 없다. 더구나 거기서 나는 젊음을 보냈고 꿈을 키웠고 사랑을 간직했던 장소이다. 더구나 고향은 어릴 때 친구들과 친척들이 지금도 반가이 맞아주는 장소이다.

 그런데 고향에 가려면 지금은 상당히 망설여진다. 우선 버스를 타고 안성에 가려면 버스 터미널이 시내 밖에 있어 중간에 중앙대학교 정류소나 보개면에 있는 안성터미널에서 내려야 하는데, 중앙대학교에서 내려 또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는 것도 힘들지만,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내가 태어난 서운면까지 가거나 다른 장소에 가야 한다. 안성터미널은 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외곽 길을 통해 보개면의 허허 벌판에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정류소에서 내리거나 안성터미널에서 내리거나 서운면으로 가는 버스는 두 시간에 하나 꼴이다. 시내 가까운 데로 갈 때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갈 때도 두 곳 가운데서 내려 또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두 번 정도 갈아타야 한다. 10여 년 전 버스 터미널이 시내에 있을 때는 전연 그런 불편이 없었는데, 무슨 이유 때문에 터미널을 외곽으로 옮겼는지 알 수가 없고 설령 옮겼더라도 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외곽 도로를 통해 가게 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시내를 통과하기 힘들면 안성천 옆으로 나 있는 도로라도 좀 확장해 중간에 서게 하면 불편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세상에 버스 터미널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으면서 시내도 거치지 않고 허허벌판에 있는 곳은 안성뿐이다.

 또한 안성시청에 일이 있어 가려해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청이 외곽지대인 봉산동의 언덕 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걸어가려면 무슨 등산하는 기분으로 올라가야 한다. 나와 같이 아직 건강한 편인 늙은이가 올라가는 데도 적어도 두세 번 쉬었다 가야 한다. 과거에 안성이 군이었을 때의 군청은 시내 중간에 있어 아주 편했는데, 무슨 이유로 언덕 꼭대기에 지었는지 알 수가 없다.

 소문에 의하면 터미널을 외곽지대로 옮긴 것은 힘 있는 놈들 몇 명이 그쪽에 땅을 사 놓고 장난을 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덕택으로 그 쪽의 땅 값이 10만 원 내외하던 것이 100만 원 대로 뛰었다고 한다. 또한 그런 일을 저지른 놈들은 그 많은 이득을 챙기었다는 소문이다. 더구나 그런 일을 저지른 놈들이 안성 시의회의원 가운데서도 있었다고 하니, 도둑놈들에게 의정을 맡긴 셈이었다. 딴은 지난번의 시장마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자격 정지를 당하여 임기 말까지 아무 일도 못하였었다고 하니, 꼴이 아닌 모양이다.

 지금은 차를 안 가진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무슨 그런 불평을 하느냐 라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다. 나와 같이 가난한 문화인까지 어떻게 고려하느냐 라고 말하면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더구나 버스는 서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요사이 아무리 서민이라고 차 한 대도 없이 사는 사람도 있느냐 반문하면 더욱 처량해진다.

 나는 안성시의 서운면에서 태어나 안성에서 20살까지 살고, 지금도 안성에 한 달이면 한두 번씩은 간다. 이제 친구들이나 친척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아서 가고, 또 아직도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이 조금 있어 가고, 또 부모님은 물론 선대의 묘소가 있어 가고, 친구들 자제나 친척들의 결혼 때문에도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당 바우덕이>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현지답사와 자료수집의 일로 간다. <사당 바우덕이>는 내가 고향에 바치기 위하여 10여 년부터 구상하여 지금 잡지에 연재하는 소설이다. 바우덕이에 대한 고사와 바우덕이가 펼친 예술적 재능을 연구하면서 고향 안성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구한 역사의 땅을 새삼 느끼고 있다.

 지금도 안성에 들어서면 공기는 더욱 따듯해지고, 들판은 더욱 정다워지고,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청룡산과 비봉산은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행선지까지 갈까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다른 것은 미루거나 해도 좋지만 버스만은 적어도 안성시의 중앙을 통과하거나 그도 어려우면 안성천 옆을 통과하게 하여 중간에 정류소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무엇보다 승객도 많아질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관광의 수입이 주민들에게 가장 우선하게 정책을 펴야 할 때가 아닌가?

 

공석하: 안성시 서운면 신촌리 167번지 출생. 서운 초등학교졸업. 안성안법중고교졸업. 동국대와 연세대 대학원졸업. 1960년 제1회 자유문학상. 시집 <呪文><사물의 빛><겨울 서정> 소설 <이휘소> <상풍백화점> . 비평 <21세기의 孔子><孤島하여><예수는 없다> . 현재 도서출판 <뿌리> 대표.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시인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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