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의 소위 ‘통큰 치킨’이 급기야 외신에까지 소개됩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는 칼럼에서 “5천 원짜리 치킨 한 마리가 한국을 강타했다”며 논란에 가세합니다. 롯데마트가 곧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파장은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값 싸고 질 좋은 치킨을 제공하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라는 변명이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통큰 치킨’은 전형적인 ‘미끼상품’이고, 얄팍한 상술의 일환일 뿐입니다.
막스 베버가 주장한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번역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어쨌든 영리를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비윤리적인 자본주의를 지칭합니다. ‘통큰 치킨’은 좋은 취지는커녕 정상적인 영리활동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행여 ‘통큰 치킨’이 계속된다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물론이고 영세한 통닭집, 호프집들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경쟁이라도 하듯 대기업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골목상권을 넘보고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롯데가 진정 소비자들의 성원에 보답할 의지가 있다면 제대로 사회환원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육영, 복지, 문화 등 사회환원사업 분야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식품, 유통이 주력인 롯데로서는 소비자들과 보다 친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환원사업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높여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건강성을 향해 진화했고 각고의 자정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공정한 경쟁이 불문율로 정착되고, 법으로 제도화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천민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글로벌 시대! 대기업이 글로벌 경영을 선도해야 마땅합니다. 좁아터진 ‘레드 오션’에서 국내의 약자들을 상대로 진흙탕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저 드넓은 ‘블루 오션’에서 세계의 강자들과 통 크게 자웅을 겨루어야 백번 옳습니다. 이번 ‘통큰 치킨’ 파동이 우리 대기업들의 분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