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시골 버스정류장에는
보따리 든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구수한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5일마다 서는 장날이면
흔히 볼 수 있는일이다
할머니의 보따리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옆에 서 있던 남학생이 할머니보따리에서
연기가 납니다 한다
아, 이녀석아 연기가 아니고 김인기라
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묻어났다
이십분가량 연착된 버스가 왔다
남학생이 할머니의 보따리를 들고
차에 올랐다
빗물은 마치 수채화라도 그리듯
모였더 흩어졌다 부딪친다
할머니의 잘익은 옥수수알처럼
지난시간들이 흑백필름처럼
스치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