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노후대책

전 안성군수 조성헌

노후대책

전 안성군수 조성헌

 

 성긴 눈송이가 날리는 골목길을 지나다가 나는 잠시 발을 멈추었다. 이파리 끝에 아직도 단풍 물을 달고 있는 나뭇잎이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작은 눈송이가 이파리 위에 사뿐히 몸을 얹었다. 사람들이 못 보는 사이 시간은 이렇듯 순환을 하고 서로 간절히 이별의 식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계절 탓인가? 나이 탓일까? 요 며칠 사이 부고(訃古)”소식이 부쩍 자주 들려온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은 동일하지만 불행한 가족의 모습은 제각각이라던 톨스토이의 명언을 그대로 죽음에 적용해도 크게 무색하진 않을 듯싶다.

 최근 우리네 일상 및 인간관계의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이제 가족의 손대신 호스피스의 손을 잡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따라서 노후에는 자식에 의존하기보다 서구식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노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나의 고향 안성에도 실버타운20개소나 들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그러나 나는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실버타운이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깨끗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자연히 사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입주초기엔 가족과 친지들의 방문이 빈번히 이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이들로부터 소외됨에 따라 외로움이 깊어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그동안 살아온 익숙한 환경에서 친숙한 사람들과 더불어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실버타운이란 낯선 상황에서 듣고, 보도 못했던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적응을 시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 가 봐야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들이 모여 있어 가고 싶지 않다고 했던 노인의 솔직한 고백처럼 실버타운은 죽음이 일상화된 공동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후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야 말로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임을 간과(看過)해선 안된다. 결국 세대분절(世代分節)인 노후공동체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서구에서는 세대통합적(世代統合的)노후공동체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현실적 대안으로 독일에서는 어린이집 가까이에 실버타운을 짓기 시작했고 일본의 일부지역에선 노인거주할당제(老人去週割當制)를 시행함으로써 동양식 집단주의와 서구식 개인주의의 혼합에 기초한 공동체 모델 정립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중이 전체인구의 11.9%이다. 그러나 2026년이 되면 거리의 성인 5명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현대 과학자들은 우리 인체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텔로미어길이를 유지시켜 세포 수명을 연장시키므로 150세까지 장수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요즈음은 전통적인 4() 가난, 고독, 질병, 무위(無爲)대신에 신4(新四苦) 장수리스크, 건강리스크 ,자녀리스크, 물가리스크 시대라고 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철저한 노후설계와 관리를 하여 리스크(위험)가 아닌 축복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나의 경우 다니던 공직을 갑자기 그만둔 후에 황량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아이들이 한바탕 떠들고 간 집안이 썰물이 빠져나간 갯가 마냥 적막하였다. 많은 노인세대가 노후보장을 제대로 준비하지 이유는 젊은 시절 국민연금등 사회보장체제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5%OECD회원국 중 단연 1위다. 일본 22% 그리스 23% 미국 24%의 두 배에 달한다. 한국에 이어 노인빈곤율 2위인 아일랜드보다도 14%나 높다.

 은퇴후 노년생활은 다른 나라로 이민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곳에선 어떤 말과 돈을 쓰는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꼼꼼히 준비 하여야한다. 현대 노인들은 노년에 이르러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며 스스로 만족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하다. 그리고 그간 재미있게 살았으니 언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늘 심리적 결재를 하면서 낙천적으로 살아야 한다.

 당당하게 늙어갈 노인의 지혜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면, 즐거운 여생이 초원처럼 펼쳐진다.

 

늙어 가는데----

머리에 흰눈을 쓰고 서 있는

은빛 갈대들에게서 배웠네!

 

이 세상에 바람이 살랑 살랑 불면

살랑 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소슬(蕭瑟)한 바람을 즐기며

그저 늙어 갈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지역

더보기
도의회 염종현 의장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이 26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 ‘전국 공항소음 대책 특별위원회’ 3차 정기회에 참석해 공항소음 피해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위 활동을 격려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산하 ‘전국 공항소음 대책 특별위원회’는 전국 공항소음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지난해 6월 구성된 전국 광역의회 단위 위원회로, 이날 도의회를 찾아 3차 정기회를 열고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건의안 등을 논의했다. 염종현 의장은 이 자리에서 “제가 살고 있는 부천시도 공항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큰 지역이다. 과거에는 극심한 소음 탓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며 “공항소음과 관련 규제로 인한 피해는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조사와 데이터는 불충분하고, 현재의 법률과 지원 대책 또한 현실적인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또 우리 광역의회는 광역의회대로 각자의 경로에서 최적의 대책을 찾고, 현실에 불부합한 규정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공


포토뉴스&카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