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조 성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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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성 헌

전 안성군수

 

 에베레스트나 히말라야 산같이 큰 산을 등반하는 사람들은 도전정신으로 의지의 정상을 정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근거리에 있는 산들을 즐겨 오른다. 설악산, 태백산, 북한산 등에도 올랐지만, 이제는 수원에 있는 광교산(光敎山)을 자주 찾는다.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이다. 살고 있는 곳에서 3~5시간이면 쉽게 오르,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갈 때는 다양한 접촉으로 친교를 도모하며 새로운 생활정보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혼자 오를 때는 복잡한 생각을 다 지워 버리고 관심의 문제 해결에 아이디어(idea)를 구하는 것에만 열중하기도 한다. 집안문제, 사회문제, 글을 써야 하는 글감까지도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걸으면서 상대성원리(相對性原理’)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걸으면서 생각을 하면 잠든 뇌()를 깨우기 때문에 많이 걸을수록 뇌가 젊어진다는 말이 있다.

 일주일에 3씩 가볍게 걷기만 해도 학습능력과 집중력, 추상적(抽象的) 사고(思考) 능력을 15% 정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걷기운동은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스트레스(Stress) 해소까지 도와준다.

 산을 오르는 것은 육체적 건강에도 좋다. 동의보감에 약보(藥補) 보다는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 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는 말이 있다. 약으로 몸을 보신하기보다는 제대로 음식을 먹는 것이 낫고, 그보다는 걷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다.

 유산소운동의 대명사인 걷기는 산소섭취량을 증가시켜 혈액 순환을 도와주고, 고지혈증을 예방해준다. 또 몸에 있는 600개 이상의 근육과 200여 개 뼈가 동시에 움직여 뼈마디 기능과 다리, 허리의 근력을 키워준다. 체지방 제거에도 효과가 있어 각종 성인병도 예방해준다.

 약물치료만 하면 걸을 수 있는 최장거리가 30% 길어지는 데 비해, 운동을 하면 3배까지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광교산 정상에 오르니 통쾌해진다. 바람은 더욱 시원하게 나의 머리카락을 날린다. 한여름에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고행 끝에 찾아오는 쾌감은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높은 산에는 언제나 솔바람이 분다.

 그늘에 앉아 땀이 식으면 추위가 느껴질 정도다. 한여름에도 산행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열치열(以熱治熱)’의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산 위에 이르면 모든 것이 시원하게 그림같이 보인다. 누가 무어라 해도 소란을 피우는 시비(是非)의 장()이 아닌 아래 도시가 살기 좋은 행복의 수원시로 보인다. 그때는 나도 모르게 산이 감싸주는 품안에서 산의 정감에 취하게 된다. 봄이 되면 일년초 산풀이 고사리 같이 지각을 뚫고 올라와서 부드러운 모습으로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한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죽은 것으로 안 나무 끝가지에는 버들강아지같이 싹을 틔우던 것이 어느새 산 전체를 연두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진달래꽃이 만발하여 뽐내며, 산을 밝혀주더니, 노란색 산수유 꽃과 야생 벚꽃들이 만발하다 그러나 이제는 녹색의 향연으로 나를 초대하고 있다. 산은 계절을 바꾸어 가며 봄날의 연두색은 여름에는 짙은 푸른색으로 변하고,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산을 물들이는 것이 꼭 화가가 물감으로 그린 그림 같기도 하다.

 자연의 조화인지 하나님의 뜻인지 알 수 없지만 그 품안에서 다람쥐 청설모가 소나무 사이를 건너뛰며, 꿩이 홰를 치며 푸덕푸덕 날아오르고, 부엉이와 소쩍새가 울고, 아름다운 작은 새들은 재롱을 떨며, 나를 반겨 준다.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마음먹은 대로 여유롭게 걸었다. 서두를 일이 없으니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다.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숨을 몰아쉬며 앞질러 간다. 산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련만 왜 저리도 정신없이 가는 것인가? 새삼 사물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여유가주는 선물일 것이다.

 유난히도 돌이 많은 산은 식물이 살기에 한없이 척박한 땅이다. 그래도 돌과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일생을 살아가는 풀과 나무들로 가득하다. 늙은 나무는 연륜의 훈장처럼 덕지덕지 눌어붙은 이끼로 장식했다. 무엇인가에 뿌리가 뽑히고, 팔이 부러진 나무들이 오직 하늘로 향하는 숲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푸른 숲속에서 허무하게 스러져 속절없이 섞어 가는 나무의 비애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 험한 세상을 살며 천수를 기대하는 것은 그저 간절한 소망에 불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 소망마저 잃어버린다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햇빛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빛은 작은 틈으로 스며들 때에 더욱 찬란하다. 어둠이 빛을 비쳐주는 까닭이다. 빛과 어둠은 공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혼자서는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없으니, 서로 없어서도 안 될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로 존재한다.

 인생이란 쉽게 이해할 수 없기에 사색의 여백을 남기고, 삶은 그 여백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산에서 보이는 것은 모두 아름답고, 들리는 것은 즐거웠다. 선계(仙界)를 넘나듯, 마음은 정화수처럼 맑고, 기분은 상쾌하다.

 순간 허공을 나는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에 내가 이 세상에 오기전의 세상일지 모를 그 행복에서 홀연히 깨여났다.

 변함없이 나를 유혹하며 늠름하게 오르도록 하는 광교산은 기()를 도와 삶의 보람을 주고, 새로운 용기까지 주고 있으니, 뜻 모아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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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염종현 의장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이 26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 ‘전국 공항소음 대책 특별위원회’ 3차 정기회에 참석해 공항소음 피해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위 활동을 격려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산하 ‘전국 공항소음 대책 특별위원회’는 전국 공항소음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지난해 6월 구성된 전국 광역의회 단위 위원회로, 이날 도의회를 찾아 3차 정기회를 열고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건의안 등을 논의했다. 염종현 의장은 이 자리에서 “제가 살고 있는 부천시도 공항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큰 지역이다. 과거에는 극심한 소음 탓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며 “공항소음과 관련 규제로 인한 피해는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조사와 데이터는 불충분하고, 현재의 법률과 지원 대책 또한 현실적인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또 우리 광역의회는 광역의회대로 각자의 경로에서 최적의 대책을 찾고, 현실에 불부합한 규정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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