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환관권력 논란!
안 상 정
환관(宦官) 조고(趙高)는 진시황(秦始皇)이 갑자기 죽자 조서를 날조합니다. 진시황이 적장자인 부소(扶蘇)를 제쳐두고 후궁 소생 어린 막내 아들 호해(胡亥)에게 후계를 맡겼다고 말입니다. 모든 권력을 장악한 조고는 갖은 농간을 부리고 학정을 일삼습니다. 그토록 강성했던 진(秦)나라도 금세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얼마 안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맙니다.
중국 역사를 보면 절묘하게도 망국의 중심에 환관이 있던 적이 많습니다. 한(漢)나라는 십상시(十常侍)의 난으로 사실상 망합니다. 당(唐)나라가 현종 당대에 반짝 전성기를 누리자마자 곧장 쇠퇴기로 접어든 데에는 고력사(高力士)라는 환관이 크게 일조합니다. 환관 위충현(魏忠賢)은 혹독한 공포정치로 명(明)나라를 결국 벼랑 끝으로 몰고 갑니다. 그는 뭇 신하들로부터 ‘구천구백세’ 하례를 받고 자신의 동상을 전국 각지에 세우게 하는 등 가히 황제조차 부러워 할 정도로 권력을 마구 휘두릅니다. 환관 이연영(李蓮英)은 서태후(西太后)와 더불어 청(淸)나라를 기진맥진 무너뜨린 주범입니다.
요즘 내홍을 겪고 있는 집권여당 새누리당 내에서 “환관” 운운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보좌관들이 옛날 환관처럼 권력을 남용한다는 비판입니다. “문고리권력이 환관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퍽 원색적입니다. 전(前) 비상대책위원들이 긴급히 회동해 이런 주장을 하고 있으니 예사일이 아닙니다.
몇 달 전에는 정몽준 전 대표도 박 후보를 둘러싼 측근들을 환관이라 지칭한 바 있습니다. 박 후보의 측근들이 인의 장막을 치고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입니다. 비록 표현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 후보가 귀담아 듣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측근들도 더 몸을 낮추고 마음을 비우고 자중해야 할 때입니다.
환관이라고 해서 부정적인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나라 시대 사마천(司馬遷)은 방대한 역사책인 사기를 저술했고, 채륜(蔡倫)은 종이를 발명했습니다. 명나라 시대 정화(鄭和)는 막강한 원양함대를 이끌고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까지 드나들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를 보필하는 측근 또는 참모들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 기본자세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도자의 성공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희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