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바다

바다

조성헌 전 안성군수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모비 딕(Moby, Diek)(백경(白鏡), 흰고래) 19세기 미국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소설의 첫 장을 넘기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가진 게 없거나, 육지에서 하는 일에 별반 재미를 못 붙일 때는 바다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즉 일상생활에 지치고, 힘든 일이 생기면 바다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리고, 혈액순환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입 언저리가 일그러질 때, 이슬비 내리는 11월처럼 내 영혼이 을씨년스러워 질 때, ()을 파는 가게 앞에서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거나, 장례행렬을 만나 그 행렬 끝에 붙어서 따라갈 때, 특히 심기증(心氣症)에 짓눌린 나머지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보는 족족 후려쳐 날려 보내지 않으려면 대단한 도덕심이 필요할 때, 그럴 때면 되도록 빨리 바다로 나가라는 것이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에 바다는 어머니의 품과 같이 나의 번민(煩悶)을 쓰다듬으며, 어루만져주고, 포용하여 주기 때문이다. 파란 바다에서 나의 마음에 응어리진 것을 큰 소리로 외치면 속이 확 트여진다.

 모비 딕을 대학교 때 영어 원문으로 암기(暗記)한 것이 지금도 잊지 않고, 몇 구절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나의 마음속에 깊은 감흥(感興)을 주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은 폭풍의 언덕(에빌리, 브론테), 리어왕(셰익스피어)과 함께 영어로 쓰인 3대 비극으로 일컬어진다.

 나는 문득 바다가 그리워진다. 나는 당장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윗돌, 붉은 펄 물이 있는 광막한 공간이 떠오른다. 바위는 동해에 많고, 개흙은 서해에 많은데, 나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오고 가는 시간을 대충 따져 보면서 나는 동해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바다를 떠올리면서 가장 먼저 나를 움직인 생각은 되짚어 보면 평생을 살아오면서 무심히 먼 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만 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것이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 파라솔(Parasol)을 차지하고 앉아, 사람반, 물반인 그 오색 시리얼을 말아 놓은 먹다란 음식 같은 바다 말고, 진짜 광막한 공간을 말이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도 없었다. 나는 동해의 파란 바다를 생각하며 동으로, 동으로 내달렸다. 새말에서 점심을 먹고, 몇 군데 휴게소를 들르며, 구체적으로 어디를 갈지 생각해 보았다. 무턱대고 강릉으로 가서 해안도로를 탈까? 추암에 갈까?

 겨울 추암은 너무도 추워서 먼 바다를 제대로 보기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은 촛대바위만 어슴푸레 떠오를 뿐이었다.

 나는 강릉 톨게이트를 지나 동해로 향했다. 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내가 달리는 왼편으로 짙푸른 바다가 보였다. 차에서 내려 나는 바다의 지평선(地平線)을 바라보며 걸었다. 시원하고, 달콤한 소금기 밴 바닷바람은 나의 피로를 녹여 버린다. 신선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깊게 들이킬 때 느껴지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파랗다 못해 검푸른 바닷물들은 산산이 부서지며,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희디 흰 포말(泡沫)들은 하나하나마다, 살아있는 듯 했다.

 과거 언제 내가 진짜 포말을 구경한 적이 있었던가? 벌어진 입으로 빗방울 같은 짠 기운이 사정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육지로부터 멀리 떠난 바다, 저편의 바다, 바다와 하늘과 수평선 너머로 파도가 일렁거린다. 바다는 어떤 감미로운 신비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지만, 온화하면서도 무서운 파도 소리는 물속에 숨어 있는 어떤 영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늘은 맑은 날씨였다. 온 누리에 가득 찬 그 푸름 속에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거의 구별할 수가 없었다. 다만 생각에 잠긴 하늘은 여인의 모습처럼 투명할 만큼 순수하고, 부드러운 반면, 씩씩하고 사내다운 바다는 힘차게 고동치고 있었다.

 바다 너머 저 멀리서 모비 딕을 잡기위한 포경선(捕鯨船) 피퀴드호의 선원들이 힘차게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일렁이는 물결 너머에 아름다운 들판이 초록빛 옷을 입고 있네!

  계속 굽이쳐라!

  깊고, 검푸른 바다여!

  굽이쳐라!

  선장님은 갑판 위에 서서

  망원경을 손에 들고

  바다 곳곳에서 물을 내뿜는 늠름한 고래들을 바라보고 있다네!

  보트에 밧줄 통을 실어라!

  다들 아딧술 옆에 붙어서라!

  저 멋진 고래를 잡으러 가자!

  부지런히 움직여라!

  어서 노를 저어라!

  기운을 내라!

  심장이 멈추지 않기를!

  작살잡이가 고래를 공격하고 있는 동안.....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나는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운다

 

               바 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도 다른 것처럼 익기까지

모진 태풍과 긴 장마와 냉해와 병충해를

다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잊어버렸지만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었습니까?

고통과 갈등, 상실과 상처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오늘의 사랑이 되고, 평화가 되었습니다.

사랑은 샘물이 아니라,

강물로 흐르다 바다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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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염종현 의장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이 26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 ‘전국 공항소음 대책 특별위원회’ 3차 정기회에 참석해 공항소음 피해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위 활동을 격려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산하 ‘전국 공항소음 대책 특별위원회’는 전국 공항소음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지난해 6월 구성된 전국 광역의회 단위 위원회로, 이날 도의회를 찾아 3차 정기회를 열고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건의안 등을 논의했다. 염종현 의장은 이 자리에서 “제가 살고 있는 부천시도 공항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큰 지역이다. 과거에는 극심한 소음 탓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며 “공항소음과 관련 규제로 인한 피해는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조사와 데이터는 불충분하고, 현재의 법률과 지원 대책 또한 현실적인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또 우리 광역의회는 광역의회대로 각자의 경로에서 최적의 대책을 찾고, 현실에 불부합한 규정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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