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전 안성군수 조 성 헌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시행한 수필문학 당선자의 모임인 [좋은 인연] 회원들이 지난 11월에 천안 상록리조트(resort)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버킷 리스트(Bucket List)가 화제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킷 리스트를 화두(話頭)로 올린 것은 그만큼 공감(共感)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버킷 리스트는 2008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었다. 감독은 톰 라이너(Thom Rainer), 주인공 잭 니콜슨(Jack Nicholson)과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다. 자동차정비공 카터(모건 프리먼)는 대학 신입생 시절 철학 교수가 과제로 내주었던 버킷 리스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46년이 지난 지금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버킷리스트는 쓸쓸한 추억에 불과하다. 반면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는 그런 버킷 리스트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너무나 다른 두 남자는 서로에게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의기투합(意氣投合)한 두 사람은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아프리카 세렝게티(Africa The Serengeti)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 레이싱(car racing), 스카이다이빙(skydiving), 눈물 날 때까지 웃어보기 등 리스트를 차례차례 지워 나가면서 두 사람은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사는 경우가 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하고, 실천하려 노력한다면, 정신없이 내내 달리는 삶을 잠시 멈추고, 진정한 꿈과 행복을 향해 삶의 좌표를 다시 설정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인생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고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을 낭비해서는 안 되며,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자신의 꿈을 세우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 하나 차례대로 이루어 나가야 한다. 설사 이루지 못한다 해도, 나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그 자체가 삶의 축복이다. 죽음이 언제 어느 곳에서 우리를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한 사람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별로 없다. 그 사람의 생각은 온통 ‘어서 빨리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야지’ 하는 것뿐이다. 다른 욕구나 희망을 갖기에는 지금 당장 처한 상황이 너무 절박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 있는 사람은 더 큰 희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버킷 리스트는 그 사람의 소망(所望)이라고 할 수 있다. 이루지 못했으나,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것들! 어떤 의미에서는 꿈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만약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진작부터 노력했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꿈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핑계부터 준비해 둔다는 것이다. 버킷 리스트를 쓴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어느 누구도 무슨 일이든 척척해내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버킷 리스트는 아주 신중하게 써야한다. 내가 곧 죽을거야! 그러니 꼭 해야 할일을 생각해 보자! 그런 각오로 써 나가야 한다. 우리의 삶을 유한(有限)하고 유한하기 때문에 꿈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가능하면 꼭 이룰 수 있는 것을 써야한다. 1년 후에 생(生)을 하직 할 사람이라도 아프리카 정글(jungle)에서 사자를 직접 보고 싶다는 꿈은 가능성이 있겠지만, 달에 가고 싶다는 꿈은 아무래도 무리이다.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인 삶을 허송세월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아름다운 삶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의무이자, 몫이다. 버킷 리스트는 삶의 발전소이자, 이정표(里程標)이며, 나침반이요, 경우에 따라서는 종교가 될 수도 있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 때 마다 자신의 꿈을 새롭게 다지고, 그 꿈을 향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던 학생들이 더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망(所望)의 내용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꿈꾸는 삶의 자체에 있었다. 목표와 희망 없이 사는 것은, 물 없이 사막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 살아가는 동안 꿈을 이루려면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를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버킷 리스트는 행복으로 가는 꿈의 목록이자, 꿈을 나누고, 실천하면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나누는 프로젝트(project)다. 버킷 리스트는 꿈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실천하겠다고 자신과 다짐한 약속 목록이다. 버킷 리스트는 그것을 실천하면서 깨닫는 소중한 배움을 던져주는 교훈 목록집이기도 하다. [좋은 인연] 모임의 자리에서 어느 회원은 ‘독만권서 행만이론(讀萬券書 行萬理路)’ 즉 독서와 여행을 하고 살고 싶다고 하였다. 또한 회원은 문학하는 사람은 침묵과 혼자만의 사색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대도시를 떠나 아무데나 떠돌다가 카톨릭(Catholic)교회에서 운영하는 ‘피정의 집’에 머물고 싶다고 하였다. 나의 버킷 리스트는 평소 대인관계에서 남에게 마음을 닫아 걸었던 점을 감안하여 ‘위로 형(兄) 천명, 아래로 아우(弟) 오백명을 만들어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면서 지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