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騷音)

전 안성군수 조성헌

 소음(騷音)

전 안성군수 조성헌     

 내가 아파트(apart)에서 산지는 오래된 편이다. 15년 전 이 아파트가 신축(新築)되고 당첨되어, 입주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사(移舍)한 것이 어제 같은데 그간 많은 세월이 흘렀다.

 시간은 참 빠르다. 시간은 언제나 한없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 같다.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증거(證據)이기도 하다. 시간을 발견한 것이야 말로 인류의 최대 업적(業績)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을 발견했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역사(歷史)가 생겨났고, 문학(文學)이 생겨났고, 철학(哲學)이 생겨났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靈長)이 된 것도 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을 통해 문명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입주한 아파트의 건축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이사(移舍)를 자주 한다. 새로 입주하는 사람은 오래된 집이라 리모델링(remodeling)하고 들어온다.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위층에 사는 집이 한 달 전 이사를 왔다. 그는 입주 전 마룻바닥을 전부 뜯어내고, 대리석(大理石)으로 치장(治粧)하는 등 집을 새로 개조(改造)하였다. 10여 일간 소음과 진동(震動)으로 시끄러워 집에 있을 수가 없어 도서관(圖書館)에서 시간을 보냈다. 리모델링이 끝날 무렵에는 우리 집 수도관(水道管)을 파손(破損)하여 물이 누수(漏水)되어 온통 물바다를 이루었다. 참다못하여 항의하였더니 겨우 사과하면서 보수(補修)를 해 주었다. 입주 후에도 계속 밤 12시가 되어도 쿵, 쿵 거리는 어른 발걸음 소리, , 콩 뛰는 작은 아이의 발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하여야만 했다. 아래, 위층에 직접 말하면 이웃 간에 감정에 골만 깊어질 것 같아 관리소를 통하여 주의를 환기(喚起)하였지만 그때 잠시 그쳤다 다시 소음으로 시달린다. 아내는 나이 많은 우리가 참자며 자제(自制)를 요구한다. 나도 이제는 만성(慢性)이 되어 잘 때 귀에 솜을 넣고 잔다. 나의 경험으로는 품격 있는 쪽지를 관리 사무소에서 소음 당사자 집에 협조문을 붙여 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말보다 글은 훨씬 감정이 정리되고, 순화되어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 주민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이 층간(層間)소음이다. 부산시가 접수한 작년 한 해 동안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건수는 총 350건이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아이들 뛰는 소리와 어른 걸음 소리가 82%, 화장실 같은 물 내리는 소리가 9%, 애완견 짖는 소리 5%, 피아노 음악 소리 4% 순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뛸 때 생기는 진동은 콘크리트(Concrete)구조물의 고유 진동과 주파수(周波數)가 비슷해서 더욱 참기 힘든 뒤울림 소리로 잔향(殘響)과 불쾌감을 일으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음 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방음 매트인 에어 매트(Air Mate)인 친환경 키 재기 놀이방 매트를 판매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인구가 65%, 일본 40%, 영국 18%, 미국 4% 보다 매우 높다. 그런데도 공동주택 생활 소음과 진동에 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 조속히 주거생활 소음기준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아파트들은 소음을 일으키는 주민에게 관리사무소가 3차례쯤 경고한 뒤 계속 어길 경우 쫓아내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은 소음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소음을 일으킨 사람에게 1차 경고를 하고, 되풀이 하면 1,000파운드(17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독일에선 연방질서법과 공해방지법에 따라 이웃의 잠을 방해하는 일을 밤 8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금한다. 소음을 일으키는 집안일과 정원 일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정해진 시간에만 하도록 규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이전에는 아파트 바닥층 두께 기준을 18cm에서 21cm로 높인 것이 거의 유일한 층간 소음 대책이다. 골조만 두껍게 할 것이 아니라 바닥과 벽을 시공할 때 소음 차단재(遮斷材)를 제대로 쓰게 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아파트 층간 소음을 줄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아파트 바닥 콘크리트(Concrete)두께를 두껍게 하거나, 소리를 차단, 흡수하는 차음판(遮音板), 완충재(緩衝材)등을 바닥층에 추가(追加)하는 것이다.

 두꺼운 콘크리트는 발소리처럼 둔탁(鈍濁)한 중량(重量)의 충격음(衝擊音)을 막아준다. 완충재는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처럼 딱딱하고, 가벼운 경량(輕量)의 충격음을 흡수한다. 마루위에 소음 감소 바닥재(장판)를 깔면 경량 충격음을 30%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층간 소음의 주범인 중량(重量)충격음에는 효과가 적다.

 최근 짓는 아파트는 통상 210mm이상의 두께의 콘크리트 판()위에 20~30mm 두께의 차음판(遮音板)을 깐다. 고무판처럼 생겼지만 고기능성 폴리머(polymer)소재를 쓴다. 그 위에 난방시설과 바닥 마감재를 얹고 있다. 층간소음 차단 공사를 하면 용적률(容積率)을 높여 주는 식으로 인센티브(incentive)를 장려해 주는 방법도 있다. 또한 입주자들이 소음 차단 효과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주택 성능 등급 표시제를 실시하여야 한다. 주택 성능 등급 표시제는 층간 소음차단 정도에 따라 아파트를 1등급에서 4등급으로 구분해 분양한다. 이렇게 해서 낮 40dB데시벨(decibel), 35dB로 되어 있는 소음 피해 인정 기준도, 거실 35dB, 침실 30dBW.H.O(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기준까지 낮춰야한다.

 소음 처벌 법규가 경범죄 인근 소란(隣近 騷亂)조항 밖에 없고, 그나마 범칙금이 3만 원 밖에 안 된다. 아파트 주민들 스스로 강제력 있는 공동규약(共同規約)을 만드는 방안을 비롯해 정부와 사회가 층간 소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 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끼리 서로를 배려(配慮)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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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염종현 의장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이 26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 ‘전국 공항소음 대책 특별위원회’ 3차 정기회에 참석해 공항소음 피해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위 활동을 격려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산하 ‘전국 공항소음 대책 특별위원회’는 전국 공항소음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지난해 6월 구성된 전국 광역의회 단위 위원회로, 이날 도의회를 찾아 3차 정기회를 열고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건의안 등을 논의했다. 염종현 의장은 이 자리에서 “제가 살고 있는 부천시도 공항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큰 지역이다. 과거에는 극심한 소음 탓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며 “공항소음과 관련 규제로 인한 피해는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조사와 데이터는 불충분하고, 현재의 법률과 지원 대책 또한 현실적인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또 우리 광역의회는 광역의회대로 각자의 경로에서 최적의 대책을 찾고, 현실에 불부합한 규정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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