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시인 임충빈(안성문인협회 고문) 봄꽃들이 만화방창하던 4월 16일 오전 거친 물살 몰아치는 차디찬 맹골수로(孟骨水路)에 못다 핀 여리디여린 봉오리들은 잠기면서도 손전화로 최초 신고하고 아기를 밀어 올려 살렸다 선생은 자기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입히고 님들은 살신성인, 이름만 남기고 물에 잠겼으니 안타깝지만 장하다, 그 뜻 오래도록 새겨 기억할게 하늘마저 울고 바다는 기도에 놀라 잠잠한데 갇힌 학생 못 찾고 가라앉는 배를 바라만 보고 늑장대응 무능력 무사안일로 꾸물대는 대처에 슬픔 분노 불안 고통 우울 답답하고 화만 치밀어 목 메고 가슴 미어져 황폐한 마음 견딜 수 없다 이제 모두가 서로서로 보듬고 다독이며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열심히 일하자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 그대들이 남긴 절규를 꼭 잊지 말아야 할 것, 어른의 무책임을... 내 한 몸과 같은 어린 고등학생의 미소 모두 부모 마음이요, 나의 아들딸이다 부디 부처님께서 설파하신 ‘자비’의 세상에 잠드소서 편안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연꽃처럼 사소서. -안성불교사암연합회 세월호사고 실종자 무사귀환발원 법요·추도식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