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10개월 이상 정국을 뜨겁게 달궈왔던 수정안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수정안 부결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논란과 과제의 시작일 뿐이다. 나라를 두 동강 내다시피 했던 국론 분열과 대립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그리고 유령도시 논란과 행정 비효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벌써부터 플러스 알파가 여전히 유효한가를 두고 입씨름이 한창이다.
결국 10개월 여의 분열과 논란이라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도 원점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사한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겨야할 교훈이 참으로 많다.
먼저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의 약속은 천금(千金)과 같이 무거워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세종시 논란은 故노무현 전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출발했다. ‘재미 좀 봤다’는 말처럼 충청권 표를 얻는데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후과는 참으로 감당키 어려웠다. 정녕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상대적으로 더 형편이 어려운 전라도나 경상도의 내륙으로 이전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또한 통일 이후를 고려한다면 보다 북쪽으로 행정 수도를 옮겨야 하는데 오히려 남쪽으로 이전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균형발전의 효과에 대해 제대로 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졸속적인 정치 공약이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다 보니 문제는 갈수록 더 꼬이게 된다. 2004년 10월 수도이전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이후에는 수도분할이라는 편법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공약이 10년을 넘긴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도이전과 수도분할, 그리고 플러스알파 등 숱한 국론 분열을 가져왔으며 여전히 분란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지도자라면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위치인 만큼 보다 신중한 약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선거시기에 급조된 공약의 덫에 빠져 태동한 잘못된 국책사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약속을 아니 한만 못한 셈이다.
이번 세종시 논쟁과 국회 표결은 필자에게도 상당히 부담스런 과정이었다. 수정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친이와 친박을 가르는 잣대로 판단되는 상황이었고 자의든 타의든 특정 계파에 줄을 설 것을 끊임없이 강요받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본회의 표결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수정안을 반대하자는 의견이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