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오케스트라

전 안성군수 조성헌

오케스트라 

 

전 안성군수 조성헌

 

 요즈음 나의 일과는 수원 광교산에 등산한 후에는 집에 와서 채널 236의 아트(Arte) H.D 방송에서 오케스트라를 경청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나로 하여금 등산의 피로를 풀어주고, 온갖 잡념과 번뇌에서 해방시켜 준다. 또한 삶에 활력을 줄뿐만 아니라, 여유를 준다. “오케스트라보면 잔잔한 설렘을 일으키고,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오케스트라는 몸이 느끼는 소통의 출발점이고, 악기 간에 상호 작용은 정서 표현을 조율(調律)하는 과정이다. 기타(guitar) 조율할 때 다른 줄이 내는 소리의 높·낮이에 맞춰 음()을 조율하듯, 인간의 모든 상호작용은 서로의 정서 표현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과는 구별되는 또 다른 존재가 자신과 동일한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타인의 구별은 이렇게 시작된다. 음악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自我)” 가 형성된다는 이야기다. 상호작용의 리듬이 흐트러지면 인간은 불안해진다. 엄마품의 아기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다 큰 어른도 마찬가지다. 불안은 아주 쉽게 전염된다. 옆에 앉은 사람이 발만 계속 떨어도 불안해 진다. 흐트러진 상호작용으로 인해 자아(自我)” 의 확인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할 때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이 몸으로 느끼는 편안한 리듬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다.

 오늘 Arte Tv에서는 차이코프스키교향곡 6, “비창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교향곡은 베토벤처럼 구조적이기 보다는 모차르트처럼 선율에 중점을 돈 경우가 많다. “차이코프스키는 그런 맥락에서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조용한 곳에서 자랐고, 아주 어린 시절부터 대중적인 러시아 노래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었다. 그리하여 러시아 정신의 모든 표현에 정열적으로 빠져들어 갔다. 간단히 말해 나는 철저히 러시아 사람이다.” 이 말은 곧 내 음악은 러시아의 노래에서 나왔다.’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창은 비극적인 신화성을 압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느린 1악장, 빠른 2악장과 3악장, 그리고 다시 느린 4악장은 빠른 템포로 펼쳐지는 법이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

 “비창4악장은 아주 느릿하게 문을 열면서 앞의 두 악장과 확연한 대비를 보여준다. 두 개의 주제 선율은 모두 밑으로 하강하면서 비통한 분위기를 펼쳐낸다. 슬프게 울고 있는 것 같은 첫 번째 주제가 여리게 흘러나오다가 관현악 중주로 한차례 치솟아 오른다. 그러다가 다시 꺼질 듯이 가라앉는다. 호른(Horn)의 뒤를 따라 현악기(絃樂器)들이 여리게 연주하는, 두 번째 주제도 흐느끼는 듯한    “클라이맥스를 구축했다가 역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울함을 뛰어넘어 낙담과 절망, 체념을 느끼게 하는 악장으로 힘없이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이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행복이란 강가의 부드러운 물결에 기분 좋게 흔들리는 배와 같다. 내면 깊은 곳의 가볍고, 즐거운 리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이 뒤집히는 엄청난 재미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재미는 오히려 삶의 리듬을 망가뜨릴 뿐이다. 다가올 내일의 작은 변화에 대한 기대로 오늘의 삶에 잔잔한 리듬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기분 좋은 마음의 리듬을 설렘이라고 한다. 설렘으로 경험되는 행복은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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