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비에 취하다

유재남

비에 취하다

 

시인 유재남

 

해질 무렵

호수위로 물수제비가

떨어져 내린다

 

물고기를 에워싼 어둠이

아슬 아슬 침묵을 삼키고

눈물 가득한 들꽃위로 옅은 바람이 인다

 

칠월이면 늘 그랬듯이

허공을 휘젓는 양떼처럼

울고 웃는 시간을 쏟아내며

 

 뼛속까지 파고드는 희열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는 깊이만큼

한낮에 허세를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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