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관

오늘의 수필은 급속한 사색을 태우고,

회전하며 섬광하는 태양이어야 한다

 

전 안성군수 조성헌

 

 말보다는 글자가 더 좋구나 생각될 때가 있다. 말은 순간이 지나면 형체도 없이 지워져 버릴 수 있지만 글자는 말의 씨앗이듯이 영원한 생명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흔적을 글자로 써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때문에 나는 오래 전부터 무엇이든 쓰는 것을 좋아했었다.

특히 모든 사물을 스쳐 지나며 보는 것이 아니라 의인화擬人化하여 나의 생각을 투시하여 조명하여 보는 습관이 있었다. 바람결에 스쳐가는 생명의 소리, 낙엽 굴러가는 소리, 철새들이 차가운 밤하늘을 가르며 슬퍼 떠나가는 소리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내 나이도 팔순에 접어들었지만 지난날 최전방에서 제대 명령을 받고 사단 사령부에서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을 보고 한없이 감상에 젖어든 적이 있었다. 이러한 생각들을 다듬게 된 것은 박목월 선생의 문학 강론과 백철 선생의 문학비평을 들으면서 부터이다.

 그 후 공직생활을 하여 오면서 다소 의아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색하면서 느낀 것을 메모하여 정리한 후 신문에 투고하여 활자화하였다. “오늘의 수필은 급속한 사색을 태우고, 회전하며 섬광하는 태양이어야 한다고 갈파한 알베레스의 말이 설득력을 지니는 것과 같이 지성이 수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영역의 모든 지성이 수필의 발상이 되는 것이며, 생활의 모든 지적 경험이 수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수필의 생명이 관조와 객관화에 두어짐도 그 지성적 배경을 중시함에 연유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나의 집에는 곳곳에 필기도구를 비치하여 놓고 있다. 침대 옆에도 노트를 놓고 있다가 자다가도 좋은 착상이 떠오르면 일어나 기록하였다가 다음날 정리하여 원고지에 그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경기신문 창간 5주년 현상공모에서 최우수로 입선되는 영예를 얻어 문단에서 문필활동을 할 수 있었다.

 수필은 나의 사고를 도와주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트이게 했으며, 보다 구체적으로 관찰하게 함으로써 세상 보는 눈을 넓혀 주었다. 세상사의 슬픔과 기쁨들을 더욱 명징하게 각인시키며 영혼의 텃밭을 채색해 주었다. 나는 녹스며 사라져 가는 인생의 발자취가 아쉬워질 때마다 글로 적는다. 내게 다가온 삶의 편린들이 사라질까 문자의 그물로 그것들을 낚으며 글월이란 바늘로 그것들을 깁는다.

 그것은 일시 낙서로 존재할 뿐이지만 기록하는 순간 문학의 소중한 재료가 된다. 수필은 작가의 인생 역정이 은연중 녹아들어 있는 단아하고 고매한 내용이어야 한다. 작품 속에 어떤 경험의 실존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공감대가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년퇴직 후에는 아파트 인근에 있는 동네 도서관인 수원의 영통 시립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그곳에 가면 많은 문학서적과 신간 서적들을 볼 수 있다. 도서관에서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자체가 나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그곳에서 글을 읽으므로 불만과 갈등이 해소 되고, 좌절이나 방황이 극복된다. 글을 쓰므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이웃들을 만나고 삶의 건너편을 내다볼 수 있어 좋다.

 나는 오늘도 언어를 감각과 감정을 가지고 따뜻한 가슴으로 적어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창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역

더보기


포토뉴스&카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