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핸드폰

조성헌

                      핸드폰

 

전 안성군수 조성헌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서울에 자주 가는 편이다. 각종 모임에 참석하고 가끔은 음악콘서트(concert)에도 참석하기 위해서다.

 버스 안에서 스쳐지나가는 밖의 풍경도 보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이지 말일 뿐, 실제로는 풍경을 즐기지도 못하고, 사색에 빠지지도 못한다. 까닭인 즉 시끄럽고 소란하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어느 누구도 남을 신경 쓰면서 조신(操身)하게 자기네 말과 행동을 삼가는 것은 보기 어렵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나이가 들어 젊은이들을 보면 귀엽게 느껴지고 젊은 남녀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것을 보면 축복하고 싶어지는데도 그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배꼽을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삐죽삐죽한 머리모양, 찢어진 옷, 연방 두드리면서 게임(game)을 하는지 문자를 보내는지 알 수 없는 휴대폰 버튼(button )소리등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든 없든 괘념치 않고 남녀가 입을 맞추는 일도 몸을 비비며 서로 껴안고 있는 것도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대부분 귀에다 이어폰(earphone)을 꽂고 있어 때로는 무슨 말을 해도 눈이 마주치기 전에는 아예 반응이 없다.

 얼마 전에는 전철을 타고 어느 모임에 가는데 내리는 역()이 어디인지 분명치가 않아 마침 앞에 앉아 있는 젊은이한테 물었다.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자는 것도 아닌데 두 번이나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니 슬그머니 부아가 났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귀꽂이를 하고 있으니 옆에 누가 있는지? 누가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귀를 막고 앉아 세상과 나는 아무 상관없다는 투로 자신에게 沒入(몰입)하고 있는 그 모습을 그럴 수 있겠다여긴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삼매경(三昧境)에 들어있는 그 모습이 한편으론 한심하게 보였다. 잠시 나는 줄을 확 뽑고 네가 무엇을 듣고 있는지 몰라도 사람 소리도 좀 듣자고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세상이 어찌한데! 감히 이런 불손한 생각을 하고 있나하고 스스로를 달랠 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둘째 딸아이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다. 조그만 상자를 내보이며 한번 써보세요. 버스나 지하철을 타실 때 이걸 사용하면 머리가 맑고, 편안해지실 거에요. 아버지께서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웠으니까 마음껏 즐기세요.” 라고 말했다. 풀어보니 뜻밖에도 귀에 꽂는 긴 이어폰이 달린 삼성 갤럭시(Galaxy)S5, 스마트폰(Smartphone)이었다.

 “아니 이걸 귀에 꽂고, 다니라고 나한테 주는 거냐? 싫다. 난 그 꼴 안한다! 어서 가지고 가거라라고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선물을 한 딸의 성의가 고마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딸이 돌아가고 난 뒤 딸의 선물을 조작(操作)하여 보았다. 프레이(play)스토어에 들어가서 무료 음악감상실앱(응용프로그램)을 깔어 가지고, 클라식(classic)에 들어가 피가로(Figaro)의 결혼을 누른 후 이어폰(earphone)을 귀에 꽂았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내 귀에서 모차르트(Mozart)피가로의 결혼이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이탈리아(Italia)의 여가수가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구사(驅使)하면서 부르는 노래 소리는 천사(天使)가 부르는 것같이 감미(甘味)로웠다.

 마치 음악회의 한 복판에 앉아 있는 것처럼 분명한 감동이 전()해졌다. 그 후론 버스나 전철을 가리지 않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게 됐다. “웬 저런 주책없는 늙은이가 있나라는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듯하지만 그러면서도 혼자 중얼댄다. “이 좋은 것을 젊은이들이 저희끼리만 즐기다니, 못된 놈들 같으니라고!” “내 사는 꼴이 이 모양입니다!”


지역

더보기


포토뉴스&카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