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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양초등학교 교장 시인·수필가 최관호 |
부끄러운 유산
얼어붙었던 여유餘裕를 녹이는
상큼한 오이 향 머금은 봄바람이
계곡 낚시터를 찾게 했다
삭아서 주저앉은 물풀
거치적거림 없는 잔잔한 수면에
미끼 끼워 낚시 드리우고
아직은 쌀쌀한 바람에 맞선 시선
무성의 찌 솟음에 잽싼 챔질
당겨진 줄 끝에 묵직한 손맛의 기대에
마음 부푼다.
입질 뜸한 사이 몸 뒤스르다
무심코 둘러 본 기막힌 모습들
빈병에 비닐봉지, 소복이 모여 있는
담배꽁초
어디한곳 빈틈없이 널브러진 쓰레기
지난해 무성한 습생잡초 사이에
숨겨놓은 양심
후세에 물려 줄 땅이라면
부끄러운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