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인생이라는책

정지웅

인생이라는 책

시 인·수 필 가

코오롱스포츠 대표 정지웅

 

인생은 한 권의 책이요,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일 그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창작한다.’

<<파랑새>> 의 저자 마테를링크의 이 말은 인생을 책에 비유한 명언이다. 우리는 일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인간은 지상의 외로운 나그네다. ()은 여행의 시발점이요, ()는 여행의 종착역이다. 우리는 나그네처럼 이 세상에 왔다가 7, 8, 90세 살고 무()의 세계로 가버린다. 어떤 이는 인생을 꿈에 비유한다. 지내놓고 보면 인생은 일장춘몽과 같은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인생을 연극에 비유한다. ()은 하나의 드라마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다가 자기 역할이 끝나면 인생에서 퇴장하고 만다. 인생은 여행이요, 꿈이요, 연극이라고 본 것은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마테를링크는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한다. 우리는 저마다 매일매일 한 페이지씩 인생이라는 책을 쓰고 있다. 공허의 페이지를 쓰는 날도 있고, 충실의 페이지를 쓰는 날도 있다. 정성스럽게 쓰는 사람도 있고, 무책임하게 쓰는 사람도 있다. 향상의 기록을 쓰는 사람도 있고, 타락의 기록을 남기는 이도 있다. 명작을 쓰는 사람도 있고, 졸작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책을 쓰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책은 읽는 책과 세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로 두 번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인생의 책은 한 권밖에 쓸 수 없고, 한번 밖에 쓸 수 없다. 보통 책은 여러 권을 쓸 수 있다. 톨스토이는 수십 권의 책을 썼다. 그러나 우리의 일생은 일회적이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쓸 수밖에 없다. 일생일사(一生一死)는 생명의 철칙이다. 사람은 한 번 나서 한 번 죽는다. 이 세상에 생명을 둘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우리가 신발이나 양복처럼 여러 개의 생명을 갖는다면 인간의 생명에는 곧 가치가 없을 것이다. 하나밖에 없고, 한 번밖에 없는 생명이기 때문에 우리의 목숨은 천상천하(天上天下)에 가장 존귀한 가치를 갖는다. ()은 일회적이기 때문에 엄숙하다. 인생이라는 책은 초판(初版)밖에 없다, 재판(再版)이 불가능하다. 첫 권이 곧 마지막 권이다. 그것은 두 번 다시 쓸 수 없는 책이다.

 둘째로 한 번 쓴 다음에는 지워 버릴 수가 없다. 원고는 잘못 쓰면 다시 쓸 수 있다. 또 서툴 거나 틀린 데를 고칠 수도 있다. 수정판이나 개정판이 가능하다. 마음에 안 들면 절판(絶版)을 시켜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책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오늘의 페이지를 잘못 썼다고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쓸 수 없는 일이다. 내입에서 나온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내 몸에서 나온 행동은 다시 원상으로 복구시킬 수가 없다. 순간순간의 행동이 나의 전()존재의 표현이다. 하나하나의 사언행(思言行)이 그대로 내 인격의 발로다.

 끝으로 인생의 책은 남이 써줄 수가 없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다. 나의 판단, 나의 계획, 나의 책임 아래에서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의 길을 간다. 자립독행은 인생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인생을 바로 통찰한 자만이 느끼는 깊은 각성이요, 지혜다. 천상천하에 나의 생명, 나의 인격, 나의 자아처럼 소중한 것이 없고, 존엄한 것이 없다. 무위도식으로 허송세월하기에는 너무나 고귀한 생명이요, 너무나 진지한 인생이다.

홀로 신 앞에 서자고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우리는 천지신명 앞에 선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런 자각이 실존적 자각이요, 종교적인 자세다. 하루하루의 페이지가 쌓이고, 쌓여서 인생이라는 한 권의 책을 이룬다.

 우리는 저마다 명저를 써야한다. 나의 성실을 다하고, 나의 전력을 기울일 때 명저가 탄생한다. 명저 속에는 신념의 언어가 있다. 진실의 맥박이 뛴다. 감동의 드라마가 있다. 눈물의 기록이 있다. 지혜의 진주가 빛난다. 힘과 용기의 투쟁이 있다. 깊은 감사가 있고, 눈물의 참회가 있고, 가슴 아픈 고뇌가 있다. 그런 책이 명저다.

 인생은 깊은 의미에서 창조적 자기표현이요, 개성적 자아실현이다. 저마다 최고의 자아를 만들고, 최고의 자아를 표현해야 한다. 그러한 인생일수록 최고의 인생이요, 의미 있는 삶이요, 보람 있는 생()이다. 우리는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우리는 인생을 정성스럽게 살아야한다. 우리는 인생을 전력투구 정신으로 순간순간을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한 생을 사는 자만이 자기의 인생을 하나의 명저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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