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제2의 재앙 우려
구제역 매몰지 근본대책 시급
구제역으로 전국에서 3백40여만 마리가 살처분되어 매몰된 것이 최근 한파가 꺾이면서 땅속의 소와 돼지의 사체가 급속히 부패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일부 매몰지 지반이 내려앉고 썩은 돼지 사체가 땅위로 밀려나오는 등 매몰지 오염이 제2의 재앙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구제역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공포로 피해 축산 농가는 물론 마을 주민들이 침출수공포로 극도의 불안감에 쌓여 있다.
이에 따라 마을 인근에 소와 돼지가 대규모로 파묻혀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더는 지하수를 먹지 못하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경기도가 매몰지의 침출수를 뽑아내는데 이용하겠다고 밝힌 유공관이 상당수 매몰지에 설치되지 않았거나 교체해야할 만큼 부실하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이 되고 있다.
경기도는 “도내 매몰지 2천17곳 가운데 1천844곳을 조사한 결과 45%인 829곳은 침출수 유공관의 보완공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제역으로 긴급히 매몰처분하게 되면서 소는 내장의 가스 발생을 예상해 살처분 때 위장을 드러내고 묻었지만 돼지의 경우 대부분 산채로 매장하는 바람에 사체가 썩으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매몰지 표면에 침몰되고 유공관을 부실하게 설치하였거나 아예 설치하지 않아 재시공이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공관은 소와 돼지가 묻힌 땅속에 박아 넣어 가축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침출수를 모아 빨아 낼 수 있도록 만든 플라스틱관이다.
안성의 경우 매몰지 202개소 중 120여 곳이 집중된 일죽면에선 지하수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주거지역 바로 인근에 매몰지가 있는 주민은 “혹시라도 침출수로 지하수가 오염됐을까 꺼림직 하지만 그렇다고 비싼 생수를 사먹을 형편이 안 돼 지하수를 하루쯤 물통에 받아 놓은 뒤 끓여서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전국 매몰지가 4천 곳을 넘어선 가운데 ‘가축을 파묻은 매몰지 위치 선정 등이 잘못돼 매몰지가 붕괴·유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사결과를 밝히고 있지만 이 같은 2차 환경재앙이 우려되는 지역이 더 있을 것으로 축산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구제역 발생 70여일만에 살처분된 가축이 3백40만 마리에 달하면서 각 지자체와 방역당국이 구제역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만 주력하면서 사후관리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산비탈이나 계곡, 하천변 등 가축들을 묻어서는 안될 곳에 매몰지를 조성했고 돼지의 경우 95%이상을 살처분하지 않고 강제 매몰했기 때문에 매몰시 비닐 등이 찢긴 곳이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부실하게 매몰 처리된 곳은 해동기인 봄철에 매몰지의 흙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거나 큰 비가 올 경우 매몰지가 붕괴·유실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잠재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기도는 매몰지 주변 1만여 곳의 모든 지하수 관정에 대한 수질검사를 하기로 했지만 한꺼번에 많은 곳을 하려면 4월 중순 쯤에야 수질검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주민들은 상수도 시설이 조기에 개설되기까지는 당분간 불안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축산 농가와 주민들은 매몰지 붕괴와 침출수로 인한 2차 오염을 막으려면 매몰지 주변 지하에 콘크리트 옹벽을 수 m깊이로 세우거나 암반까지 땅속을 파내려가 특수재질의 차수벽, 즉 침출수가 매몰지 바깥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벽을 설치하는 장기적인 대안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지하수를 음용수로 하는 주민들과 채소 등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오염 불안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할 당연한 일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