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만 늘려서는 일자리 문제 해결 안 된다

(전) 경기도의원 김의범

예산만 늘려서는 일자리 문제 해결 안 된다

 

(전) 경기도의원 김의범

 내년도 일자리 사업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인 26조 원 규모로 정해졌다. 올해보다 무려 4조5000억(21.3%)이 늘어났다. 사상 최대 규모다. 24개 중앙정부 부처가 168개 사업에 일자리 예산으로 쓰이게 될 예정이다.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이러한 정부의 결정이 반가울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년 전체 일자리 예산 중 40%가 넘는 10조 3,609억 원이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 등 실업자 소득 지원 관련 예산이다. 또한 전체 예산의 25.7%는 재직자의 계속 고용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고용장려금 예산으로 6조 6,166억 원이 편성됐다.

 절반 이상이 실업자 지원이나 재직자 고용 자금에 대한 지원 예산이다. 역대 최대 규모 일자리 예산이 편성되었음에도 새 산업 육성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이나 양질 일자리를 위한 예산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내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최악의 실업률이었다.

 지난 7월 실업자 수는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참담한 고용 실상이 아닐 수 없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실업자인 상태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 2년간 무려 54조 원의 국민 세금을 일자리 예산으로 쏟아 부었다. 막대한 돈을 쓰고도 참담한 고용 성적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됐던 결과다. 정부가 만든 일자리 대부분이 숙련된 경력이 필요 없는 1~2개월짜리 단순 일자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러한 ‘맞춤형 일자리’에 1,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를 늘려 취업자를 증가시키고 고용률을 높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는 농촌 비닐 걷기, 풀 뽑기와 같은 ‘세금알바’나 노인 휴지줍기 같은 ‘단기 노인일자리’만 만들지 말고 20~30대 젊은 층의 고용을 유인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및 제조업분야 일자리를 창출에 힘써야 한다. 실상을 외면한 채 통계 수치 올리기에만 몰두한다면 나아가 경제 전반에 더욱 큰 위기를 부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일자리위원회도 제 역할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 54조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도 최악의 고용 상황을 경험하게 했다면 일자리위원회 존재에 대해서도 되물어봐야 한다. 각 부처의 일자리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공공일자리나 단기 일자리 만들기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

 청소년 장래 희망이 공무원이고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뛰어든 태반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 다양한 직업군에서 정년이 보장되고, 복지제도와 근무환경이 개선된다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우수한 인재들도 그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일자리는 국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국민의 세금을 부어 양만 늘리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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